안녕하세요? 저는 오픈마루 인프라 팀의 손권남이라고 합니다. 이 글은 손권남 저의 이야기입니다.
오픈마루에서는 부서별로 나름대로 학습 모임을 조직하여 모여서 공부를 하는 팀이 꽤 있습니다. 웹 서비스 개발팀 사람들도 이런저런 주제를 가지고 함께 모여서 공부를 합니다. 그 중에서도 제가 참여하는 학습 모임의 공부 방법을 함께 나눠보려 합니다.
원칙적으로 이 학습 방법은
김창준님의 애자일 이야기 블로그에 올라온
"바쁜 직장인을 위한 스터디 비결"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구체적인 공부 방식의 흔적은 거의 사라지고 저희 마음대로 변형된 상태입니다. 하지만 기본 뼈대가 되는 생각인
"혼자
공부해와서 발표하라고 하면 점점 공부가 흐지부지 되어버린다. 차라리 함께 모여서 공부하자!"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이 글을 읽기 전에 먼저
"바쁜 직장인을 위한 스터디 비결"을 읽어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괜찮은 책인데 주제가 어렵고 혼자 공부하기엔 너무 두꺼워요...안 그런 것이 얼마나 있나 싶지만 어쨌든 프로그래머라는 것은 공부를 멈추면 안 되는 무한 학습 루프에 빠져야만 하는 그런 직종입니다. 좋은 책이 나왔고 앞으로 많이 쓰일 것 같은 기술이거나 혹은 기초 지식(개발/구현 방법론 등)인지라 책을 읽긴 읽어야 하는데, 낯선 주제인데다 책 두께도 만만치 않아 혼자 공부하다가는 질려서 금세 포기할 것 같습니다. 보통 이런 책들을 주제로 삼아서 관심 있는 사람들을 모읍니다. 저희는 개발팀인 관계로 그 책들도 프로그래밍 관련 서적들이 대부분입니다.
혼자서 공부하지 말고 함께 모여서 공부합시다!기본적인 생각은 이것입니다. 공부하고자 하는 내용을 따로 개인적으로 공부해서 발표하는 것이 아니라 책 한 권을 정해서 함께 읽는
것입니다. 미리 공부해야 한다는 부담 같은 것은 없습니다. 그냥 함께 모이는 시간, 바로 그 시간이 공부를 시작하는 시간입니다.
"바빠서 공부를 못했어요" 식의 핑계는 있을 수 없습니다. 아무도 미리 공부해오지 않거든요.
짤막하게 읽고 밑줄을 쳐 봅시다. 책을 읽으면서 자기가 생각하기에 중요하다 싶은 부분에 밑줄을 칩니다. 색깔은 원하는 대로 합니다. 기왕이면 김창준님 소개대로 삼색
볼펜 학습법을 사용해도 좋겠지요.
하지만 저희 모임에서는 그런 사람은 한 명도 없군요. 그저 매우 중요하다 싶은 것은 어쩌다
한 번씩 빨간색으로 나머지는 파란색으로 정도만 해도 괜찮을 듯하네요. 그런데 중요한 것은, 너무 길게 읽으면 안 된다는
겁니다. 사람들의 특징 중 하나가 책을 읽을 때 앞부분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 하면 책 읽는 속도가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는
겁니다.
앞부분을 이해 못 하니 그에 관련된 뒷부분도 이해를 못 해서 점점 더 속도가 떨어지지요. 게다가 서로 침묵하며 장시간
책만 보면 곧잘 졸게 됩니다. 저희는 가능하면 한 번에 다섯 장(10쪽)을 안 넘기게 읽습니다.
이제 읽은 부분을 함께 이야기해 볼까요?다섯 장 정도를 읽고 나서 그 중 두세 명 정도만 정해서 자기가 밑줄 친 부분을 한 쪽 혹은 한 장씩 번갈아가며 읽어 줍니다.
A가 10,11쪽에 밑줄 친 부분을 읽었다면 그다음 B가 같은 10,11쪽에서 A가 말하지 않았지만 자기가 밑줄 친 부분을 또
읽는 식인 거죠. 그리고서 그 다음 12, 13쪽을 읽고...
주의해야 할 것은 발음을 분명하게 하고 자기가 읽는 부분의
위치를 정확히 밝혀야 한다는 점입니다. 다른 사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들으면서 반복 학습을 하게 만드는 효과를 노리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대충 다 알지? 다섯째 줄부터 일곱째 줄까지 줄 쳤어~" 이런 건 안됩니다. 분명하고 똑똑하게 다른
사람들에게 읽어줍니다.
이렇게 서로 읽어주고 나서 할 말이 있는 사람들이 얘기를 시작합니다.
"내가 보기엔 너희가 줄 안
친 이 부분이 오히려 더 중요한 거 같은데?" "내가 예전에 이런 삽질을 했었는데 말이야, 방금 책에서 읽은 대로 했더니
정말로 문제가 해결되더라고.." 아니면, "이거 말도 안돼... 실전에선 이런 거 안통하던데... 그래서 난 이런 식으로
해결했어." 그도 아니면 "아니야... 내가 본 저 책에서는 이렇게 하라고 했고, 내가 실제로 해봤는데 그게 나았어.", 그리고
또, 가장 많이 나오는 얘기는 "이거 무슨 소리래요? 다시 들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ㅜㅜ" 뭐 이런 거죠.
이렇게
대화를 나누다 보면 이해 안 되던 것들이 이해되고,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경험을 한 뭉텅이씩 주워 듣게 됩니다. 이렇게 짧은
부분을 이해하고 넘어가면 그 다음 부분을 읽을 때 좀 더 잘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게 됩니다. 다시 말하지만 한 번에 너무 길게
읽으려고 들면 이해 안 되는 부분들 때문에 읽는 속도가 현저히 저하될 수 있습니다. 아니면 아예 읽기를 포기하거나. 짤막하게
읽고 앞으로 나아가세요.
그렇게 짧게 여러번 반복하세요.이렇게 짧게 여러 번 반복해서 하루에 40~50쪽 정도를
읽으면 1시간 30분에서 2시간이 후딱 갑니다. 어떨 때는 사람들이 흥분하면 책에서 나온 것과 비슷한 상황을 해결했던 자기
무용담을 얘기하면서 2시간 반을 넘겼던 적도 있네요.
저희는 책 한 권을 정해서 일주일에 적으면 두 번 많으면 세 번 정도씩 모여서 함께 읽습니다. 1,000쪽 가까이 되는 책은 2~3달이 걸려서 읽게 되지요.
그럼 너무 진도가 느리지 않으냐구요?그러나 혼자서 낑낑거리며 보려고 하다가 아예 포기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고, 직원들 간의 우애도 다지고, 서로 경험담도 나누고, 결국엔 1,000쪽 가까이 되는 책을 모두 함께 다 읽고는 뿌듯해하며 술 한잔 함께 마시고 그런답니다.
마지막으로 한마디...!영어를 원어민 수준으로 할 수 없다면 영어 원서 공부에 이 방식을 사용하는 것은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읽는
속도가 너무 느린데다 겸손한 마음(저는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에 영어 발음을 일부러들 불분명하게 하여 진행이 잘 안됩니다.
영어 원서 공부는 과거에 하던 것처럼 각자 공부해서 발표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 것 같습니다.
어느 분께는 유익할 수도, 또 어느 분께는 별 도움이 안되실 수도 있는 저희의 스터디 하는 법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덧붙여 님들의 스터디 비법을 소개해주시는 것도 대환영입니다^0^
(스터디 현장-좌로부터 장환님, 나이누님, 프로도님, 저, 성대님)